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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글이 지난 인도 여행에 대한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사진을 정리한다는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 연휴 동안 정리했다. 바라나시에서는 사진을 막 찍어서 꽤 많이 찍었는데, 제대로 선별해서 올리지 못했다. 그냥 어느 정도 잘 나온 것 같은 것을 올렸다.


여행을 다녀온지 1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인도가 그립다. 다녀온 직후에는 함피랑 베나울림 정도만 그리웠는데, 지금은 바르깔라, 바라나시도 그립다. 함피에 있을 때 머물렀던 인도 현지인 가정집 사람들도 보고 싶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추억으로 남았던 바르깔라도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다시 찾고 싶다. 바라나시에서는 가장 오랜 기간 머물렀기에 거기서 알게된 사람들도 그립다. 


이래서 인도를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은 또 찾게 되는 것 같다. 언제쯤 또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분간은 본업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번 글은 기차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 짧게 쓰려고 한다. 이번 여행 동안 우다이푸르-조드푸르 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차를 탔다. 모두 슬리퍼 클래스였고, 다행히 사고는 없었다. 운 좋게 근처에 앉았던 사람들이 다들 착했다.


코친에서 바르깔라로 가는 기차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과자도 나누어 주었고, 사모사 같은 걸 사먹을 때 내꺼까지 사주려고 했다. (물론, 낯선 사람들이 주는 음식은 조심해야 한다) 당시에는 그리 의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과자는 먹고, 사모사는 별 생각이 없어서 안 먹었다. 나는 기차에서 파는 음식이나 길거리 음식을 먹고도 다행히 별 이상이 없었는데, 기차에서 파는 사모사를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계속 설사를 했다는 사람도 만났다.


바르깔라에서 벵갈루루로 가는 기차에서도, 바나라시에서 캘커타로 가는 기차에서도 근처에 앉은 인도인들이 챙겨주려고했다. 예를 들면, 기차에서 짜이 한 잔에 10루피, 미네랄워터는 20루피 정도 받는다. 그게 외국인 가격인것 같다. 미네랄워터는 정가로 20루피라고 적힌 것도 있다. 벵갈루루로 가는 기차에서 같은 칸에 앉은 사람들이 짜이를 먹길래 나도 같이 시켰는데, 현지인들은 7~8루피인가 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냥 10루피 주고 먹어도 상관 없는데, 앞에 앉은 남자가 뭐라고 말해서 잔돈을 받게 되었고, 1루피가 더 부족한 줄 알았는지, 나는 괜찮은데, 그 남자가 막 더 받았다면서 아쉬워했다.


캘커타로 가는 기차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물을 살때 같이 샀는데, 그래서 그런지 20루피라고 적힌 것을 15루피에 샀다. 인도 사람들은 정가에 상관없이 15루피를 주고 사는 것 같았다. 물 파는 사람들은 외국인한테 20루피 못 받았다고 투덜대는 것 같았고, 나는 5루피 안 받아도 괜찮다고 말했는데, 말이 잘 안 통했는지 잔돈을 받게 됐다. 이런 것을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신경을 써준것 같았다.


물론 기분이 조금 나빴던 일도 생각이 난다. 캘커타로 가는 기차가 지난 여행의 마지막 기차 여행이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의자 밑에 두었던 슬리퍼를 찾는데 없어진 것이다. 한때 동행했던 동생이 내 슬리퍼는 누가 훔쳐가지도 않을 것 같다고 했던 그 낡은 슬리퍼가 사라진 것이다. 나도 드디어 도둑을 만나는 구나하고 누가 훔쳐간줄 알았다. 알고 보니 같은 칸에 탔던 인도인이 화장실에 씻으러 가면서 내껄 신고 간 것이다. 허락도 없이 막 신고 간 것이 기분 나쁘긴 했지만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는 거의 24시간 이상 타야 했는데, 맨위 침대칸에 앉아서 짜이를 한 잔 먹은 적이 있다. 그때 짜이왈라가 돌아오면서 나한테 막 돈을 내라고 했다. 나는 아까 짜이 받으면서 10루피를 낸거 같은데, 혹시 내가 안 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 따졌다. 나는 줬다고 했는데, 못 알아듣는지 자꾸 돈을 달라고 했고, 같은 칸에 있던 인도 사람들이 뭐라고 하니까 갔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었는데, 별거 아니지만 그런 것도 고마웠다.


물론 퉁명스러운 사람들도 있었다. 캘커타로 가는 기차를 탔을 때 먼저 앉아있던 사람들은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해도 잘 받아주지도 않고 얼마 안 가서 내렸다. 


기차 이야기를 쓰다보니 생각났는데, 여행 전에 걱정됐던 것이 여장남자, 레이디보이들이다. 지난 여행에서 레이디보이를 만난 것은 호스펫으로 가는 기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어디선가 들리는 "짝! 짝!"하고 박수치는 소리. 그들이 온 것이다. 그때 미국에서 온 남자 여행자와 같이 앉아있었는데, 인도 여행이 두번째라는 그 사람도 조금 긴장을 한 것 같았다. 둘다 아무 대꾸도 안 하니까 다행히 그냥 지나갔다.


두 번째로 만났을 때는 어느 구간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동행 없이 인도 사람들과 있을 때였다. 그때는 인도 사람들이 돈을 줘서 조용히 갔다. 여행 중에 레이디보이나 구걸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일단은 무시하고 그래도 안 가고 계속 귀찮게 한다면 조금 억울하지만 10루피 정도 주고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인물 사진은 실례가 되는 것 같아서 따로 안 찍었기에 기차에서 만났던 사람들 사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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